스모 선수들은 정말 혼자 뒤처리를 할 수 없을까? 일본 씨름 스모대회 관람기
#일본씨름
일본의 전통씨름을 꼭 한 번 보고 싶다는 일념에 도쿄 료고쿠 국기관에 다녀 왔습니다.
국기관에서 본 거한들의 힘자랑과 전통을 아끼는 일본인들의 열정을 현장에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일본 하면 떠오르는 여러 가지 장면이 있다.
후지산 앞을 지나가는 신칸센의 모습, 벚꽃이 활짝 핀 공원에서 기모노를 입고 먼 곳을 바라보는 여인의 모습, 좁은 골목길 사이사이 자리 잡은 작은 이자카야,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온천 등.
하지만 여기 “일본”하면 빠질 수 없는 장면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일본 전통 스포츠 스모. 오늘은 제 42회 그랜드 스모 대회에 푹 빠져보자.
우선 스모란 우리나라 씨름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일본씨름 스모는 두 사람이 서로 맞잡고 넘어뜨리거나, 지름 4.6m의 씨름판 밖으로 밀어내거나 하며 힘과 기술을 겨루는 스포츠로서, 개인경기이다.
일본사람들은 이 스모를 한자로 표기할 때 ‘상박(相撲 서로 겨루다)’이라고 쓰며, 이 스모를 하는 씨름꾼을 리키시(力士)라 하고, 스모를 겨루는 장소를 도효(土俵)라고 하는 독특한 이름으로 부른다.
특이하게도 스모는 체중·체급별로 겨루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힘의 유효한 구사(驅使)로 승률이 높아지고 그 높은 승률을 꾸준히 유지할 때 스모 계급이 차차 올라간다. 이 계급 호칭은 예로부터 정해져 내려오는 독특한 명칭이다.
최고위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주요 계급은 ① 요코즈나[橫綱], ② 오오제키[大關], ③ 세키와케[關脇], ④ 고무스비[小結], ⑤ 마에가시라[前頭]이다.
제42회 그랜드 스모대회는 일본 스모협회의 주관으로 15일간 매년 6회씩 개최된다.
3번은 도쿄(1월, 5월, 9월)에서 나머지 3번은 오사카와 나고야, 후쿠오카(각각3월, 7월, 11월)에서 열린다.
경기가 열리는 료고쿠 국기관은 1909년에 동경의 료고쿠(兩國) 경기장내에 만들어졌다.
도쿄도 스미다구 요코아미1-3-28(〒130-0015 東京都墨田区横網1丁目3番28号)
수용인원 11098명
JR소부센 료고쿠역(JR総武線 両国駅) 서구를 나와 도보5분
Google MAP
일본스모협회 공식사이트(일본어)
소부라인을 타고 료고쿠역 서쪽출구로 나오면 경기장까지 도보 2분이다. 료고쿠역은 아키하바라 역과 아사쿠사 역에서 두 정거장이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이니 도보로 이동하여도 충분히 이동 가능하다.
역사 안에도 스모 관련 물품으로 가득하다. 역대 요코즈나의 핸드프린팅이 전시 되어 있는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손가락이 다섯 개 인 것을 보면 분명 사람 손이 맞긴 한데… 마디가 네 마디 인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경기장 주변엔 맛집이 많다.
하긴 스모 선수들이 지내는 동네인데 맛집이 없을 리가 없다.
그 중 창코나베 맛집이 많다. 창코나베란 큰 나베(鍋, 냄비)에 해산물, 고기, 채소 등을 넣고 끓여 폰즈(ポン酢)소스에 찍어 먹는 스모 선수들의 독특한 나베 요리(鍋料理)를 말한다.
내가 다녀온 맛집은 스모 경기장 내 2층에 있는 창코나베 식당.
가격은 창코나베정식이 1,800엔이다. 한 끼 식사론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일 수 있지만 일본에 왔다면, 더해 스모경기를 보러 왔다면, 한 끼 정도는 지불할 만한 가격대이다.
이 집의 독특한 점은 소스에 있다.
보통 창코나베 소스로 폰즈 소스가 나온다. 그러나 이곳은 비밀 재료와 간 마늘을 섞은 특제 소스가 나온다.
한국엔 없는 맛이라 설명하기 어렵지만 정말 눈이 번쩍이는 맛이었다.
혹시 저 소스를 바른 치킨이 나온다면 닭은 멸종할 것이고 우리의 자손들은 자연사박물관에서 닭을 보게 될 것이다. 장담한다.
참고로 경기장에 한 번 입장하면 재 입장이 불가능 하니 밖에서 먹을거리와 모든 준비를 다 완료한 뒤 입장하는 것이 좋다.
내부에 상점이 있긴 하지만 줄이 엄청 길고 가격도 비싸니 미리미리 준비해 두자. (특히 맥주는 정말 비싸다…)
배도 채웠겠다 본격적으로 구경해 보자.
대회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6시간 동안 치뤄진다.
스모 경기에 앞서 선수들이 직접 스모에서 하면 안될 행동들에 대해 알려준다.
이렇게 재미있게 풀어나가며 쇼맨십 겸 룰 설명을 마치고 어린이 선수와 어른 선수의 대결을 보여준다.
경기를 바로 하지 않고 이렇게 재미있는 쇼맨십들이 있기에 지금도 스모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경기 도중엔 따로 한국어 안내가 없으니 나누어준 팜플렛을 보고 지금 어느 선수가 하고 있는지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많은 스포츠경기를 보았지만 이렇게 “살” 떨리는 경기는 처음 보았다.
살 얼음판이 있다면 이 곳일까, 선수들에게 “살살해”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선수들은 이미 살,살 하고 있었다. 아주 살벌했다. 서로에게 죽을 둥 살 둥 덤벼들었고 경기가 끝난 후 이긴 자와 진 자의 표정은 마치 죽을 뚱과 살 뚱의 표정으로 나뉘어 있는 듯 했다.
드디어 대망의 결승이 시작 되었고, 오늘은 일본인 선수와 저번 대회 우승에 빛나는 조지아 출신 토치노신 선수가 맞붙었다.
결과는 조지아 출신 토치노신의 우승. 최근 일본 스모는 몽골을 비롯한 전세계 출신의 스모선수들이 일본선수들에 비해 더 좋은 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토치노신 선수도 앞으로 더 강하고 멋진 모습 보여주길 바란다.
여기서 궁금증,
1. 정말 스모선수들은 큰 일을 본 뒤 스스로 뒤처리를 하지 못할까?
여기엔 많은 설들이 있었다. 신입 제자나 후배가 뒤처리를 해주거나 연봉 8천만원에 전문인을 고용하여 화장실 뒤처리 일만 해준다는 말들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론 사실이 아니다. 위의 동영상에서도 보았듯이 스모선수들은 정말 유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뒤처리가 가능하다고 한다. 한 스모 선수가 인터뷰에서 “우리는 스스로 뒤처리가 가능하며 비행기내 화장실 이용도 수월하게 이용 한다”고 말했다.
2. 스모선수들의 연봉은?
스모 선수는 월급이 나온다. 가장 높은 계급인 요코즈나(橫綱)는 달에 약 300만 엔 가량 나오고 오제키(大關) 약 250만 엔, 세키와케(關協) 약 200만 엔, 고무스비(小結) 약 160만 엔, 마에가시라(前頭) 약 130만 엔 정도 받는다고 한다. 이는 공식적인 봉급이고 요코즈나의 경우 각종 광고료, 출연료, 상금 등을 합하면 연 수입이 5억 엔에 달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