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전문의가 가르쳐주는 사랑니 무조건 빼야하나?
건강에 관한 상식들이 범람하고 있는 요즘, 과연 알려진 상식 그대로 믿어도 되는 것일까?
전문의가 알려주는 제대로 된 건강상식을 알아보자.
사랑니는 꼭 빼야만 할까?
사랑니라는 우리말은 참으로 멋있게 지어진 이름이다.
대개 19세에서 21세 쯤에 어금니 뒤쪽에서 나오는데 “사랑을 느낄만한 나이에 나는 이”라는 뜻일 것이다.
세 번째 나는 큰 어금니라고 “제 3대구치”라고도 하고 맨 마지막에 난다고 “막니”라고도 하지만 “사랑니”라고 부르는 것이 정답게 느껴진다.
영어로는 wisdom teeth라고 부르는데 지혜를 알 만한 나이에 나온다는 뜻일 것이고, 이것을 한자말로 지치(智齒)라고 부르지만 아무래도 “사랑니”라고 부를 때만큼의 멋은 없는것 같다.
그러나 이런 멋있는 이름과는 달리 사랑니는 많은 경우, 날 때부터 아파서 고생시키고 비교적 아프지 않게 잘 나와 있는 경우도 나이가 들면서 앞의 어금니까지 점점 나빠지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면 왜 사랑니는 다른 이와 달리 유난히 많은 문제를 일으킬까?
그 이유는 현대인의 턱뼈는 원시인에 비해 점점 작아지고 사랑니는 없어지는 방향으로 진화되어 오고 있기 때문일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아래, 위 양쪽 사랑니 4개가 똑바로 잘 나온 분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사랑니가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앞의 어금니쪽으로 경사지게 일부 또는 전부가 묻혀있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뒤쪽으로, 혀쪽으로, 뺨쪽으로 그야말로 각양각색으로 비정상적 위치에 묻혀있는 경우도 많다.
또 사랑니는 위치상의 문제말고도, 형태도 비정상적으로 작은 경우, 큰 경우가 흔하며 뿌리의 수와 모양도 각양각색이고 사랑니의 숫자도 한 두개 모자라거나 아예 없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고 사랑니가 잘 나와 있는 사람은 진화가 덜된 사람이고 사랑니가 잘 못 나거나 없는 사람은 진화가 많이 된 사람이라는 오해는 없으시길…
그러면 다른 이들은 나올 때 대개는 아프지 않은데 사랑니는 왜 유난히 아플까?
사랑니가 똑바로 나지 않고 기울거나 누워 있는 경우에는 잇몸에 파묻혀 있는 부분이 많아서 음식물 찌꺼기가 잇몸과 사랑니 사이에 끼기 쉽고, 따라서 세균이 증식하기 쉽기 때문에 염증이 생기기 쉬운 조건이 된다.
사랑니 주위에 생긴 염증은 목안쪽으로 또는 턱뼈쪽으로 퍼져나가기 쉬워서 아프게 부어 오르면 음식을 삼키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입이 잘 벌어지지도 않으며 심한 경우에는 입원 치료가 필요할 만큼 크게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사랑니는 무조건 빼야만 하는가?
물론 모든 사랑니를 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똑바로 잘 나와있고 사랑니와 뺨사이에 간격도 충분하여 칫솔질이 잘 될 수 있는 상태라면 말이다.
그리고 간혹은 치과교정치료를 받는 경우나 보철치료를 받는 경우에 요긴하게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위치가 잘 못된 사랑니, 칫솔질이 잘 안되는 사랑니는 단연코 빼는 것이 좋다.
간혹 위치가 나쁘거나 파묻혀 있는 사랑니가 시간이 지나면 똑바로 나오지 않는가 하고 묻는 분들이 있지만, 그런 경우는 없다.
그리고 이왕 빼야 할 사랑니라면 조금이라도 젊고 체력 좋을 때 빼는 것이 탈없이 잘 나올 수 있는 길이 된다.
이를 뺀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사랑니 앞에 있는 기능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두 번째 어금니마저 같이 빼게되면 얼마나 아까운 일인가.
사랑니가 있다고 해서 음식을 씹는 능력이 더 좋은 것은 아니다.
치과의사들은 사랑니가 없이 28개의 이가 가지런히 잘 위치하고 있는 것을 이상적으로 본다.
요즈음 결혼을 앞둔 아가씨들이 스켈링 등 치과치료 뿐 아니라 사랑니를 빼러 오는 경우가 많아져 치과의사로서 좋은 일이라 생각하며 그런때는 결혼축하를 하는 기분으로 사랑니를 빼준다.
“사랑니를 다 뺀다고 사랑을 못하게 되지 는 않을걸…” 하면서.